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와 발전량이 지난 10년간 늘었음에도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 보급 확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송전망 확충과 전력계통 개선을 포함한 시스템 중심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발전공기업 분석 결과… 온실가스 감축 효율성 ‘0’ 추정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김영덕 교수는 ‘한국기후변화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5개 발전공기업의 10년치 데이터를 활용해 신재생발전의 온실가스 감축 효율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발전공기업 1곳당 보유한 신재생발전 설비 용량은 10년 평균 26만 9,000kW, 연평균 발전량은 106만 2,000kWh로, 화석연료 발전 설비 용량(업체당 평균 1,028만kW)의 2.6%, 발전량(평균 4,771만kWh)의 2.2% 수준에 그쳤다.
특히 신재생발전이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해 온실가스를 줄인 정도를 나타내는 ‘온실가스 감축 효율성 파라미터(ϕ)’ 추정치는 통계적으로 0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늘었으나 현재 전력 시스템 구조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을 실질적으로 줄이지 못해 양적 확대가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송전망 부족과 출력 제어…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
연구는 원인으로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발전량이 변하는 간헐성을 갖고 있어 전력망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가스복합발전 등 유연성 자원을 가동해야 한다. 여기에 송전망 부족과 계통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출력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 제어(Curtailment)가 반복되면서 탄소 감축 효과가 상쇄됐다.

또한 비용조정계수(θ)가 1보다 크게 나타나 설비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비용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MIT 연구진 “기후 정보와 전력망 통합 고려한 입지 최적화 필요”
이 같은 전력 시스템 비효율의 해법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리잉 치우, 마이클 F. 하울랜드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를 통해 ‘기후 정보 기반 공간 계획’을 제시했다. 연구진이 고해상도 기후모델과 전력계통 모델로 분석한 결과, 미국 텍사스 전력시장(ERCOT)에서 단순 풍량이 강한 해안 대신 송전망 병목이 적고 수요가 늘어나는 서부 지역에 풍력 설비를 우선 배치하는 것이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높였다. 이 전략 적용 시 전력공급 위험을 줄이면서 추가 비용은 약 0.09% 증가에 그쳤다.
‘보급 중심’에서 ‘계통·입지·성능 중심’으로 정책 전환 시급
전문가들은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도 보급 용량 경쟁에서 벗어나 화석연료 실질 대체율과 온실가스 감축량을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를 위해 발전단지 조성 초기부터 기후정보, 전력수요, 송전망 여유 용량을 통합 분석하는 공간계획 체계를 구축하고, 발전소와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하나의 전력 시스템으로 통합 설계하는 진화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