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부담과 집값 불안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주택 가격 통제가 아닌 실질적인 주거 안정과 폭넓은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한국경제평론가협회는 8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국경제와 부동산 정책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거시 경제 현황과 산업 파급 효과,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 및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뤄졌다.
청년층 주거 여건 개선과 거시 정책 엇박자 지적
축사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노원구와 현재 분당구의 사례를 들며 부동산 정책 실패가 청년층 주거 불안과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집이 단순히 자기가 사는 곳이라는 개념을 확장해서, 어떻게 하면 젊은 직장인들이 출근하자마자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거주 여건을 만들 수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세션 발제를 맡은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정부는 돈을 풀고 한국은행은 돈이 너무 많이 풀렸으니까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정책 간 엇박자를 우려했다. 이어 자가 주거비가 물가 지수에 10%만 반영되는 통계적 한계를 지적하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집값은 1억, 2억씩 올랐는데 전월세만 정부가 물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현상을 정확히 알아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차 시장 안정이 본질…비아파트 및 재고 주택 관리 강조

김광석 한양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주거 안정에 있다”며 “주거 불안이 심각한 주거 취약계층의 정주 여건을 개선해 주는 게 부동산 정책이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주택 가격 안정을 이유로 전세 가격 상승을 용인해서는 안 되며, 임차 시장 안정이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분야 발제를 맡은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서울의 절반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서민의 주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연립과 단독 매매마저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에겐 이미 2000만 채가 넘는 재고 주택 시장이 있다”며 신규 공급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 시장 관리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수요자 중심 시장 재편…진영논리 배제한 데이터 기반 정책 촉구
종합토론에 나선 이동현 하나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과거는 오히려 투자의 개념이 많았다면 지금은 실수요자들이 주택 문제에 대해서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최근 서울 강북권 아파트 강세는 임대차 시장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의 절박함에서 기인했다고 해석했다. 토론자들은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에 부합하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권대중 한국경제평론가협회 신임 회장은 최근 불거진 부동산 전문가 내사 보도 논란을 언급하며 “저는 지금까지 40년 넘게 부동산학을 하면서 땅 한 평 가진 적이 없고 집도 하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시장 경제 체제에서 부동산 시장이 올바른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의 본령을 다해야 한다”며 정치적 진영논리를 배제하고 사실과 데이터에 입각해 정론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